김승남 선배님

제가 읽은 책 중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책을 펴든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까지 감사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새로운 용기를 주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선배님을 볼 때 마다 보병학교 시절 키도 작은 분이 교안교범등을 잔뜩 옆에 끼고 바삐 걸어다닐 때 보병학교 일은 김승남이 다 한다고 하던 정득만 교창님의 말이 생각나곤 합니다.

참으로 열성적이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선배님으로 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군에서 같이 근무했다는 것이 얼마나 복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보병학교에서 같이 있기 전에 12사단 지역에서도 같이 근무했는데 그때는 모르고 지나간 것 같습니다. 저는 2사단 32연대 수색중대장으로 12사단 37연대지역 해안에 작전 배속되어 (박순국 소좌가 불시착 한지역의 중대장 황수성 대위의 후임) 근무했습니다. 당시 부사단장이셨던 안종훈 장군께서 해안선 순찰로가 고지 7~8부 능선에 연해 있어서 간첩의 침투를 쉽게 발견할 수 없으니 순찰로를 해안선 가까이로 신설하라고 지시하면서 그곳이 암석지대라 다이나마이트는 얼마든지 줄 수 있으나 병력지원은 할 수 없으니 너희중대 병력으로 하라고 하며 언제까지 할 수 있느냐고 하고 돌아갔습니다. 순찰로를 낮은곳으로 하라는 말은 분명 맞는 말인데 공병지원도 없이 바위에 구명을 뚫고 폭약을 넣고 폭파하면서 길을 만든다는 것이 위험부담도 있고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3개월 동안에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어쩔 수가 없어서 사병들은 정으로 바위를 뚫고 폭약을 넣고, 도하선에 불을 붙이는 일은 내가 직접하면서 순찰로를 완성한 약속한 그날 정확히 부사단장께서 전속부관만 대동하고 운동복차림으로 처음부터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이 지날 때 까지 가는 동안 표정을 보니 크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더 가다가 우뚝 선 바위가 있었는데 흡사 남자 성기를 세워 놓은 것 같았습니다. 부사단장이 야 이거 좇같이 생겼다. 좇바위 라고 해라 하면서 농담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순찰로를 다 돌아보고 ‘수고했다’ 너 이곳에서 사단장을 한번해라 하고 말씀하시기에 부사단장님이 사단장이 되셔야지요 했는데 제가 그곳을 떠난 얼마 후에 부사단장께서 사단장이 되셨습니다.

선배님

제가 선배님의 글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고 책을 덮자마자 감사의 글을 드리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감성과 제가 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하지 못한 일들을 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인 것 같습니다. 남은 생애 巨人이 되십시오. 등소평과 같은 볼품없는 작은 키지만 오늘의 중국의 번영을 이룩한 것 같이요, 선배님은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제가 서울은행 안전관리 실장으로 있을 때 7~8개의 인력경비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선배님께서 찾아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계약한 회사도 많은데 선배님의 부탁을 선뜻 들어주기가 난처해서 이리저리 피하려다 나는 구질구질한 이유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정곡을 찌른 선배님의 말에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선배님의 4700명 가운데 끼여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복종하는 것이 고맙습니다. 시신을 기증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본받으려 합니다.

자신을 가지지 못했던 인터넷과 어학연습에도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좋은 글 쓰시고 저에게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재판 3판 인쇄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2007. 7. 12 최경호 올림